Seoul오마카세스시미진
고덕 가성비 오마카세 끝판왕 '스시미진' 진짜 솔직 후기
2026-06-16 22:55
#### 상일동역 앞, 작은 호사 하나
오마카세라는 말에는 늘 약간의 망설임이 따라붙는다.
맛보다 먼저 가격을 가늠하게 되는, 그런 자리니까.
그런데 상일동역에서 내려 바로 앞 건물로 들어서면, 그 망설임이 머쓱해지는 곳이 있다.
고덕센트럴푸르지오 상가 2층(고덕로 399), '스시미진'이다.
런치 한 상이 오만원.
숫자만 보면 평범한데, 그 안에 열여덟 가지 코스가 담겨 나온다.
가짓수로 채운 상이 아니라 접시마다 결이 달라서, 먹는 내내 이게 정말 오만원이 맞나 싶어 괜히 영수증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 첫 술에 마음이 풀렸다
시작은 자완무시였다.
트러플 오일의 향이 코끝에 슬며시 걸리고, 그 위에 유자 제스트를 올린 문어가 향긋하게 뒤따른다.
한 술 떠 넣는 순간 속이 천천히 풀린다.
세 시간을 저온에서 쪄냈다는 전복은 게우소스에 밥을 비벼 먹게 되는데, 그 밥 한 술이 아쉬워 한 공기를 더 청하고 싶었다.
#### 모두가 그 방어를 이야기한다
그날 가장 오래 남은 건 방어, 잿방어였다.
간마늘과 트러플 오일을 함께 올려, 방어 특유의 기름진 맛은 가라앉히고 감칠맛만 또렷하게 남겼다.
다녀온 사람 열에 아홉이 이 한 점을 먼저 꺼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고등어봉초밥은 토치로 불향을 입혀 비린 기 없이 담백하게 넘어가고, 청어 이소베마끼와 라임을 곁들인 광어, 가시 하나 없이 발라낸 제주 갈치구이 스시, 향이 깊은 표고버섯 초밥까지 어느 하나 스쳐 지나가는 접시가 없었다.
#### 완벽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다
물론 모든 접시가 흠 없이 좋았던 건 아니다.
안키모를 비스킷 위에 올린 한 점은 식감이 서로 겉돌아, 차라리 군함말이였다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았다.
화이트 와인이 없다는 점도,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미리 알아두면 좋겠다. 대신 생맥주는 곁들일 수 있다.
그런 작은 빈틈이 있어, 이 집이 오히려 더 사람의 손맛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 끝맺음의 다정함
디저트는 매실에 절인 토마토와 모찌리도후로 마무리된다.
특히 모찌리도후는 어지간한 곳보다 한결 부드러워, 식사의 여운을 조용히 정리해 준다.
식사 도중 셰프는 밥의 양이 적당한지 가만히 살피고, 양이 부족해 보이는 손님에게는 코스 끝자락에 후토마끼를 슬쩍 더 얹어 준다.
그 작은 배려가 오래 남는다.
#### 가기 전에 적어두면 좋은 것들
다정한 곳이지만, 그냥 발걸음만 옮겨서는 닿을 수 없다.
평일 점심에도 자리가 가득 차서, 캐치테이블이나 네이버로 미리 예약을 잡아야 한다.
온전히 예약제로 돌아가는 곳이라 그렇다.
런치는 1부 열두 시, 2부 한 시 반 무렵에 시작하고 디너는 저녁 일곱 시다. 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가격은 런치 오만원, 디너 십만원인데 디너는 얼마 전 만 원이 올랐다고 한다.
이런 건 언제든 달라질 수 있으니, 예약하면서 한 번 더 확인해 두면 마음이 편하다.
#### 차를 두고 갈까 고민이라면
주차는 조금 애매하다.
건물 주차장을 쓸 수 있지만 무료 지원이 두 시간이라는 사람도, 세 시간이라는 사람도 있다.
차를 가져갈 생각이라면 들어설 때 직원에게 한 번 물어보는 편이 마음 편하다.
#### 누구와 가도 좋을 자리
연인과의 저녁, 오랜만에 만난 친구, 둘러앉은 가족.
어느 자리에 데려가도 어울리는 곳이다.
오만원에 이만한 상을 받는다면, 함께 간 사람에게 면이 서지 않을 일은 없다.
식사를 마치고 한 잔이 아쉽다면, 미사역 가까운 '안나스낵' 와인샵에 들러 올리브와 팝치즈 같은 안주에 와인 한 잔으로 천천히 마무리하는 길도 있다. (다만 매장 이전 이야기가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확인해 두면 좋다.)
강동에서 이런 한 끼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우선, 예약부터.